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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기고] 제왕적 대통령제를 탄핵할 때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2017년, 대한민국 헌정사 초유의 대통령 탄핵을 불러온 촛불혁명. 한국 민주주의의 새로운 길을 갈망한 국민의 절실한 결단이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문에 실린 다음과 같은 개헌 의견은 크게 주목받았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권력 공유형 분권제로 바꾸는 권력구조 개혁이 필요하다”.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이 정상적 국정운영을 방해하고 비선의 국정농단을 초래했으며 탄핵의 씨앗이 됐다는 인식에서 나온 제안이다.


그로부터 7년. 탄핵의 교훈을 살리려는 노력은 간 데 없고 제왕적 대통령을 차지하기 위한, 또는 놓치지 않기 위한 극단적 대립과 갈등은 더욱 격화됐다. 정치는 불신과 무능의 늪에 빠졌다. 대통령의 권한은 제왕처럼 큰데 역량은 미치지 못한다. 리더십은 허약하고 신뢰는 바닥이다. 민주주의, 외교, 평화, 국격, 경제와 국민 살림살이도 바람 빠진 풍선처럼 생기가 없다. 나라의 미래, 국민의 자긍심, 미래세대의 희망이 상처받고 있다. 민주화 이후 가장 작아진 대한민국이다.


대선에서 0.75%포인트 차로 이기고도 100 대 0으로 이긴 것처럼 국민과 야당을 대한다.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은 대통령의 가족에게는 한없이 무딘 칼이고 상대에게는 죽음의 칼이다. 대통령선거에서 진 제1야당 대표에 대한 지독한 수사와 기소, 그리고 제2야당 대표를 비롯한 전임 정부 관계자들에 대한 무차별적 감사와 수사와 기소, 모두 제왕적 대통령의 정치보복이자 정치탄압이라는 비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법의 공정성과 형평성이 지켜지지 않으면, 국민의 법 감정을 존중하지 않으면 아무리 법의 옷을 입어도 보복은 더 큰 보복을 부른다.


87년 체제는 국민이 세웠다. 체육관 대통령의 장기 집권과 군사독재를 타도하고 대통령 직선 5년 단임제를 쟁취했다. 광복 이후 처음으로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국민이 합의해 맺은 1차 사회계약이다. 87년 체제는 대한민국의 대도약기를 열었다. 민주적 시민의 성장, 세계 10위권의 경제력과 선진국 진입, 두 차례 올림픽과 월드컵, 한류와 노벨상과 문화시민의 긍지 등 모든 분야에서 눈부시게 발전했다. 우리 국민은 더 좋은 나라를 만들 준비가 돼 있다. 더 좋은 나라에 살 자격이 있다. 하지만 정치가 발목을 잡는다. 제왕적 대통령제가 초래한 극한 대결과 무한 갈등의 정치, 불신과 무능의 정치로는 더 좋은 나라를 만들 수 없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시계는 멈춰야 한다.


위험한 회색 코뿔소가 대한민국을 위협하고 있다. 가계부채 증가, 실질소득 감소, 양극화 심화, 미래산업의 정체, 내수 침체와 세수 감소, 급변하는 세계 정세 등 셀 수 없이 많다. 회색 코뿔소를 키우는 더 위험한 회색 코뿔소가 제왕적 대통령제다. 국민은 위험한 회색 코뿔소를 물리칠 유능한 정치를 바란다.


대한민국이 두 번째 사회계약에 나서야 할 이유다. 2017년 헌재의 탄핵 결정문에 담긴 ‘제왕적 대통령제를 권력 공유형 분권제로 전환하는 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첫걸음이다. 연합정치가 가능한 선거제도의 개혁도 필수다. 이에 더해 국민 기본권을 확대하고 사회 다양성을 강화하고 인구 위기와 기후 위기, 인공지능(AI) 경제 등 미래에 잘 대비하기 위한 정치의 제 역할 찾기도 시급하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가야 할 포용적 복지국가 비전을 살려 사회경제적 약자를 지키고 그들을 중산층으로 끌어올리는 실질적이고 담대한 구상과 행동 역시 정치의 몫이다.

그래서 한국형 뉴딜연합이 더욱 절실하다.


2024.11.27

일곱번째나라LAB 대표 박광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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